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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및 작품 이야기/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5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5) - 교회가 보이는 마을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5) - 교회가 보이는 마을 교회가 있는 풍경박수근의 《교회당이 보이는 풍경》(1957)은연필로 그린 조용한 마을의 장면이다.언덕 위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교회당,화려하지 않은 이 그림은,오히려 박수근이 평소 그려오던 ‘사람의 그림’보다더 깊은 감정을 끌어올린다.이 풍경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을 같고,또는 이미 떠나간 사람을 마음에 품은 공간 같기도 하다. 잊히지 않는 장면우리 외할머니는 아들 넷에 딸 하나를 낳으셨다.엄마는 둘째이자 외동딸이었고,나는 그런 엄마의 외동딸이었다.우리 외갓집은 진짜 시골이었다.시외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택시로 고개를 하나 넘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집집마다 굴뚝이 있었고, 길은 흙길이었다.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어느 추석, 외갓..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4) - 시장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4) - 시장– 시장, 앉은 사람들 사이로 흐르는 시간 시장이라는 이름의 쉼터박수근의 《시장》은 떠들썩하지 않다.장날의 소란, 물건을 고르는 손길, 흥정하는 소리도 없다.그의 시장은 조용하다. 그림 속 다섯 사람은 모두 앉아 있다.누군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누군가는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는 듯하다.장을 보는 풍경이 아니다.오히려 장을 다 보고 나서 잠깐, 허리를 펴고 마음을 푸는 시간이다.시장이라기보다, 시장 한켠의 쉼터 같은 장면이다.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이 그림이 말하는 건 ‘거래’가 아니라 ‘공존’ 인듯 하다.말은 없어도 함께 있는 사람들이 주는 묘한 온기.그림 속 인물들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않고, 몸은 서로 향하고 있지만시선은 각자의 어딘가..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 유동(遊童)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 유동(遊童) 말보다 오래 남는 순간들박수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오래 지켜보게 된다.그림 속 인물들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그저 조용히 누군가 곁에 앉아 있다.《유동》(遊童, Playing Children)은 그런 그림이다.네 명의 아이들이 땅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누구는 무릎을 세우고 있는 것 같고, 누구는 등을 살짝 굽히고 앉아 있다.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자세들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어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웃는 것도 아니지만,그들 사이엔 작고 단단한 유대가 흐른다. 아이들과 흙, 그리고 햇살박수근의 화면은 항상 ‘흙빛’이다.마티에르 기법으로 만들어진 두툼한 질감의 배경 위에아이들의 옷은 ..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2) - 나무와 두 여인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2) - 나무와 두 여인 전후 한국의 삶을 담다1회차에서 언급했지만, 박수근(1914–1965)은 6·25전쟁 이후 피폐한 현실 속에서,화려한 풍경이나 위대한 영웅이 아닌 ‘살아내는 사람들’을 그렸다.그의 작품에는 일상의 고단함이 담겼지만, 결코 침울하거나 비참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그 삶 속에서 꾸준한 존엄과 따뜻함을 보았기 때문이다.나무와 두 여인 이 작품은 1950년대 전후, 박수근이 대표적 도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나무와 여성이라는 조합 속에서,전후 한국인의 삶과 회복의 정서를 담아냈다. 넓은 캔버스 위에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화면을 절반 가로지르고,그 아래 두 여인이 배치되어 있다.한 명은 머리에 짐을 이고 있고,다른 한 명은 아이를 업고 있다.행동보다는 ..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1) - 빨래터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1) - 빨래터 흙빛의 화가, 박수근 박수근(1914–1965).그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건 화려한 색채나 거대한 풍경이 아니다.오히려 돌담 아래 굽은 허리로 장터를 걷는 여인, 아이를 업은 어머니,그리고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주머니들이다. 박수근은 말한다.“나는 인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의 ‘인간’은 영웅이 아니었다.삶의 가장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박수근은 그런 사람들에게 화가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존엄을 안겼다. 6·25 전쟁 후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에서, 화려한 신화를 말하지 않고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그의 그림 속 인물은 이름이 없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한다.그들의 허리, 손끝, 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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