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장프랑수아밀레 7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8) - <한낮의 휴식> 고요 속의 대화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8) - 고요 속의 대화 땀으로 쓰인 하루의 쉼언제부터인지, 나는 노동을 마친 이들의 침묵을 존중하게 되었다.말없이 앉아 숨을 고르는 이들의 모습 속엔,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장 프랑수아 밀레의 《한낮의 휴식》은 바로 그런 순간을 담은 그림이다.고된 노동의 틈, 햇살 가득한 들판 한가운데서 두 농부가 쉬고 있다.짚더미에 기댄 남자는 모자를 얼굴 위에 올린 채 잠에 들었고, 그 곁의 여인은 다소곳이 몸을 웅크려 앉아 있다.이 순간에는 갈퀴도 멈췄고, 말을 몰던 고삐도 풀렸다.단지, 지금 이 고요한 시간이 그들을 품고 있다. 한낮의 휴식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장프랑수아 밀레 (Jean-Franço..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7) - <건초 묶는 사람들> 덧없음 위에 내려앉은 축복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7) - 덧없음 위에 내려앉은 축복 덧없음의 계절을 지나며건초는 금세 말라버리는 풀이다.여름의 끝에 부지런히 베어내고, 쌓고, 묶어두지 않으면 이내 썩어버린다.르네상스 시절엔 그것이 신의 선물이었다고 한다.만인을 위한 축복, 땅의 결실을 상징하는 선물.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건초는 더 이상 축복만은 아니게 되었다.덧없이 사라지는 물질의 상징.육체와 생명이 지닌 유한함,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장 프랑수아 밀레의 《건초 묶는 사람들》은그런 상징 위에, 더 깊은 인간의 현실을 올려놓는다. File:Jean-François Millet (II) - Trussing Hay - WGA15689.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6) - <감자심는 농부들> 땅에 묻는 믿음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6) - 땅에 묻는 믿음 느리게 이어지는 계절의 손가을의 끝자락, 따뜻한 햇살이 들판을 감싼다.나뭇잎은 빛을 머금고, 조용히 호흡하는 땅 위에서,두 사람이 감자를 심고 있다.장 프랑수아 밀레의 《감자심는 농부들(The Potato Planters)》은어떤 극적인 동작 없이도 보는 이를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한 남성과 한 여성이 나란히 선다.남성은 땅을 파고, 여성은 조심스레 감자를 떨어뜨린다.땅 위로, 씨앗 같은 감자 세 알이 곧게 떨어지는 찰나.그 순간은 마치 기도를 올리는 손길처럼 느껴진다. File:Jean-François Millet - Potato Planters - Google Art Project.jpg - Wikimedia CommonsFrom ..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5) - <빵 굽는 여인> 삶의 불을 지키는 손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5) - 삶의 불을 지키는 손 아궁이 앞의 한 사람어느 날 오래된 시골집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마주했다.작고 어두운 실내, 붉게 타오르는 불빛, 그 앞에 몸을 기울인 한 여인.장 프랑수아 밀레의 《빵 굽는 여인(Woman Baking Bread)》이다.빵을 굽는 여인의 모습은 조용하고, 움직임이 거의 없다.그러나 그 고요함 안에는 삶의 무게와 온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밀레는 이처럼 대단한 장면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순간’을 그린다.하지만 그 평범함 안에 담긴 인간의 품위는,어떤 대작보다 강하게 말을 건넨다. 밀레가 바라본 노동의 숭고함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이다.화로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빛은 이 여인이 지키고 있는 삶의 온도를 상징한다.그녀는 ..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3) - <씨 뿌리는 사람> 씨를 뿌리는 건 손이 아니라 마음이다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3) - 씨를 뿌리는 건 손이 아니라 마음이다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도 잘 살아낼 수 있을까?별일 없어도 고마운 하루, 지나고 보면 참 고요했던 하루.그런 날들을 살아내는 나를 때로는 내가 다독여야 한다.장 프랑수아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The Sower)》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그 거대한 그림 속 한 사람에게서 지금의 나를 보았다.속도를 줄이고, 중심을 낮춘 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그는 아무 말 없이, 하지만 모든 말을 대신하듯이자신의 하루를 땅 위에 뿌리고 있었다. File:Jean-François Millet - The Sower - Google Art Project.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2) - <이삭 줍는 여인들>, 낮게 숙인 존엄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2) - 낮게 숙인 존엄 밥상에 놓인 쌀 한 톨을 흘리면나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으로 다시 집어 모은다.어릴 적부터 그건 버릇이 아니라 ‘허투루 하면 안 된다’는 배움 때문이었다.그 한 톨에 담긴 수고를 생각하라는 말, 나는 기억보다 오래 배워온 것 같다.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땅에 남겨진 알곡을 줍는 손끝, 허리를 굽히는 반복 속에 담긴 조용한 존엄.이 그림은 말이 없지만, 하루를 살아낸 사람만이 아는 언어로 말을 건다. File:Jean-François Millet - Gleaners - Google Art Project 2.jpg - Wikimedia Commons..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1) - <만종> 해가 지면 손을 모으는 사람들

흙 위의 기도, 밀레와 땅의 사람들(1) - 해가 지면 손을 모으는 사람들 프롤로그 – 흙 위에 쌓이는 마음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화려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은 풍경인데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의 그림이 그렇다.프랑스 농촌에서 태어나 직접 땅을 일구며 자란 그는,화가가 된 뒤에도 평생 흙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그림 속에는 굽은 허리, 거칠어진 손,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하듯 살아내는’ 일상이 담겨 있다.이 시리즈는 그런 밀레의 그림을 따라 걷는 기록이다.흙을 일구는 사람들, 무언가를 조용히 줍는 손, 저녁 하늘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마음.말보다 더 많은 것을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