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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작가 및 작품 이야기/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 12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2월) - 침묵의 숲, 끝과 시작 사이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2월) - 침묵의 숲, 끝과 시작 사이 겨울은 모든 것을 덮지만, 그 아래에서 여전히 무언가는 움직이고 있다.눈은 아직 내리지 않았고, 숲은 말이 없지만,그 중심부에서는 생과 사의 마지막 교차가 벌어지고 있다.『베리 공작의 매우 풍요로운 시간들』 12월 삽화는말 그대로 조용한 끝, 그리고 절제된 절정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림 출처 : https://www.thebeckoning.com/art/limbourg/limbourg-dec.jpg 사냥의 순간, 겨울 숲의 긴장감숲 한가운데, 사냥개들이 멧돼지 위로 몰려든다.그 곁에 선 사냥꾼들은 창을 들고 움직임을 살핀다.동물과 인간이 엉켜 있는 그 장면은눈앞에서 막 끝난 생명의 추적을 담고 있지만,어느 것도 과하게 묘사되지는 않..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1월) - 도토리의 계절, 숲의 리듬을 따르다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1월) - 도토리의 계절, 숲의 리듬을 따르다 가을의 끝자락, 숲은 조용히 숨을 고른다.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나무들은 마지막 잎새를 떨군다.이 시기, 중세의 농민들은 숲으로 향한다.도토리를 주워 돼지에게 먹이는 일은 겨울을 대비한 중요한 작업이었다.『베리 공작의 매우 풍요로운 시간들』의 11월 삽화는 이러한 풍경을 담고 있다.농민이 막대기로 나무를 두드려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돼지들은 그 아래에서 열매를 먹는다.이 장면 속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녹아 있다. The Beckoning -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November www.thebeckoning.com 숲에서의 노동, 자연과의 협업삽화 속 농민은 막대기를..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0월) - 땅을 다시 고르는 마음으로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10월) - 땅을 다시 고르는 마음으로 햇볕이 부드럽다.낮은 각도로 기울어진 빛이 뺨에 닿으면, 어느새 마음도 함께 낮아진다.수확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자연은 항상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듯, 다시 땅을 고르는 이들이 있다.『베리 공작의 매우 풍요로운 시간들』 속 10월의 그림.랭부르 형제가 그린 이 장면은 일상의 정직함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들려준다.누군가는 밭을 고르고, 또 다른 이는 갈아엎은 땅에 씨를 뿌린다.수확의 흔적은 이미 사라지고, 이젠 다시 시작할 준비만이 남아 있다. File: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octobre.jpg - Wikimedia CommonsF..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9월) - 포도가 익는 시간, 손끝으로 수확하는 기쁨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9월) - 포도가 익는 시간, 손끝으로 수확하는 기쁨 여름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9월, 들판과 포도밭은 여전히 바쁘다.랭부르 형제가 그린 9월의 풍경은 포도 수확의 순간을 담고 있다.무르익은 포도를 하나하나 손으로 따내는 모습,그리고 나무 통에 쏟아지는 포도의 무게감이 가을의 문턱을 알린다. Le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September by Limbourg brothersLe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September by Limbourg brotherspiercearchiveprints.com 포도가 익는 풍경화면 앞쪽에는 포도나무 줄기가 가지런히 서 있다.검게 빛나는 포도송이를 ..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8월) - 사람과 자연이 함께 쉬는 시간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8월) - 사람과 자연이 함께 쉬는 시간 8월의 장면은 마치 들숨과 날숨 사이의 잠깐의 멈춤처럼,분주했던 여름의 한복판에서 찾아온 쉼표 같은 시간이다.앞선 7월에서 본격적인 수확과 노동의 기세가 이어졌다면, 8월은 조금 다르다.이제 들판은 한껏 여물어가고, 사람들은 한 박자 쉬어가는 중이다.랭부르 형제는 이 시기를 단순한 ‘일의 연장’이 아니라,자연과 인간의 숨결이 한결 편안해지는 순간으로 그려냈다.그림 속 들판에는 여전히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곡식과 풀들이 펼쳐지고,전경에는 귀족들의 사냥 장면이 등장한다.노동의 정점이 아닌, 계절이 익어가는 그 중간쯤에서의 사람들의 여유로움.랭부르 형제는 이런 순간마저도 섬세하고 고요하게 담아냈다. File:Les Très Riche..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7월) - 여름의 심장, 삶의 한가운데에서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7월) - 여름의 심장, 삶의 한가운데에서 랭부르 형제와 7월의 풍요랭부르 형제의 12개월 연작 중 7월은,여름의 정점에서 인간의 노동과 자연의 생동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산맥 아래로 자리한 하얀 성, 그리고 그 앞을 가득 메운 황금빛 들판.그림 속 계절은 분명 한여름인데, 묘하게도 그 풍경은 차분하고 정돈되어 있다.한껏 달아오른 들판임에도 조급함보다는 충만함이 느껴진다. File: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juillet.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commons.wikimedia.org 들판 위, 삶의 리듬그림의 ..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6월) - 조용한 햇살, 성실한 마음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6월) - 조용한 햇살, 성실한 마음 수확은 아직 멀었지만〈6월〉의 그림은 조용하다.앞쪽 들판에선 농민들이 일하고 있고, 그 뒤로는 베리 공작의 성이 묵직한 배경처럼 자리한다.이 성은 실제로 파리 근교의 ‘바스티유 요새’를 본떠 그려졌다고 알려진다.화려한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그림은 분명하게 말한다.“지금은 일의 시간이다.수확은 아직 멀었지만, 이미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File: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juin.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commons.wikimedia.org 들리지 않는 노력의 소리화려한..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5월) -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계절

랭부르 형제의 〈5월〉은그들의 12개월 연작 중에서도 가장 생기 넘친다.길게 늘어선 숲길, 말을 탄 귀족들이 행진한다.부드러운 바람, 초록으로 가득 찬 나무들,그리고 꽃은 잘 보이지 않지만, 온 세상이 피어난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그림 안은 움직임으로 가득하지만,그 모든 움직임이 가볍고 기분 좋은 리듬을 품고 있다. File:Frères Limbourg -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mois de mai - Google Art Project.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commons.wikimedia.org 내 생일이 있는 달, 다시 나를 위한 달5월은 내 생일이..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4월) - 나는 다시 사랑하지 않겠지만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4월) - 나는 다시 사랑하지 않겠지만 〈4월〉의 그림은 정원 속 풍경이다.화사한 꽃도, 흩날리는 꽃잎도 없다.하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서 있다.그림 중심에는 약혼식을 치르는 두 사람이 있고,그 주변엔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랭부르 형제는 꽃을 그리지 않았다.대신 인간 사이에 피어나는 감정의 조짐,그 서투르고 어색한 시작을 그려냈다. File: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avril.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commons.wikimedia.org 마음이 멈춘 자리에도 계절은 흐른다이별 이후, 내 안의 시간은 멈..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3월) - 갈아엎는 마음, 다시 살아나는 땅

랭부르 형제와 중세의 12개월(3월) - 갈아엎는 마음, 다시 살아나는 땅〈3월〉은 누군가에게 ‘봄’이지만,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너진 마음 위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다.랭부르 형제의 〈3월〉 삽화는 들판을 가는 사람들로 시작된다.갈퀴로 흙을 고르고, 다른 이는 손으로 씨앗을 뿌린다.소가 끄는 쟁기가 땅을 가르고, 뒷배경에는 베리 공작의 성이 은은히 서 있다.눈에 띄는 사건도, 화려한 색채도 없지만,이 그림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계절이 다시 움직이기 위해선, 먼저 누군가의 손이 흙을 만져야 한다고. File: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mars.jpg - Wikimedia Commons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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