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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뭉크 9

뭉크와 감정의 기록 후기 - 지워진 시간 위에 남은 나의 흔적

〈뭉크와 감정의 기록〉을 마치며– 지워진 시간 위에 남은 나의 흔적사실 이 연재를 시작할 때, 뭉크의 그림이 이렇게까지 제 마음 깊숙이 파고들 줄 몰랐습니다.그의 작품을 사랑하지만,그의 그림을 마주하는 게 힘들었습니다.저는 사실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습니다. 작년 가을까지 2년 반 동안 정신과 약을 먹고,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겨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 시간 동안 직장을 두번이나 그만두었고,제 인생에서 그 2년 반은 마치 삭제된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제가 뭉크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그림 속에 담긴 고통과 불안, 외로움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서멈추고 싶기도 했습니다. 뭉크 역시 평생을 정신적 어둠과 싸우며 살았다고 합니다.그의 작품을 본다는 건결국 그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고,동시에 저..

뭉크와 감정의 기록(8) - <골고다 언덕> 고통 속에서도 걸어야 한다.

〈골고다 언덕〉 – 고통 속에서도 걸어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골고다 언덕을 오르게 된다.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무게,수없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철저히 혼자가 되는 순간.뭉크의 〈골고다 언덕〉(Golgotha) 을 처음 마주했을 때,나는 그 풍경 속에서 내가 지나온 삶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이 그림은 단순한 종교적 장면이 아니다.뭉크가 평생 느꼈던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이 담겨 있다.1. 군중 속에서 더 깊어지는 고통그림 한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있다.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그런데 이상하게도,그 누구도 진정으로 슬퍼하거나 고통을 나누는 것 같지 않다.무표정한 얼굴, 비웃는 듯한 표정, 혹은 관심 없는 시선들.뭉크는 이 장..

뭉크와 감정의 기록(7) - <해변의 두 여인> 곁에 있어도 외로운 순간

〈해변의 두 여인〉 – 곁에 있어도 외로운 순간외로움은 언제 찾아올까. 혼자 있을 때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일까.나는 종종 사람 곁에 있으면서 더 깊은 고독을 느낀 적이 있다.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서로의 존재는 가까이 있지만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에드바르 뭉크의 〈해변의 두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그 익숙한 감정과 마주했다. 1. 침묵 속에서 흐르는 거리감이 목판화 속에는 두 여인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한 명은 밝은 드레스를 입고 서 있고,다른 한 명은 어두운 형상으로 앉아 있다.그들은 나란히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대신, 말없이 저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뭉크는 이 장면을 통해곁에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을 그려냈다.외로움은 꼭 혼자일 때만 찾아오는 게 ..

뭉크와 감정의 기록(6) - <생의 춤> 인생은 사랑과 이별의 반복

〈생의 춤〉 – 인생은 사랑과 이별의 반복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다른 얼굴,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결국엔 비슷한 감정 속에서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살아가는 것.에드바르 뭉크의 〈생의 춤〉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그 익숙한 인생의 흐름을 한눈에 마주한 기분이었다.이 작품 속에는사랑의 설렘, 열정의 순간, 그리고 이별의 쓸쓸함까지삶의 모든 감정이 하나의 춤으로 이어져 있다. 1. 인생이라는 무대, 춤추는 우리들〈생의 춤〉에는 세 여인이 등장한다.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녀,붉은 드레스의 여인,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그들은 각각 순수, 사랑의 열정, 상실과 쓸쓸함을 상징한다.중앙에서 남자와 붉은 여인이 춤을 추고 있고,양옆에는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

뭉크와 감정의 기록(5) - 〈병든 아이〉 멈춰버린 시간, 잃어버린 사람

〈병든 아이〉 – 멈춰버린 시간, 잃어버린 사람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다.아무리 준비해도, 떠나는 순간은 마음속 어딘가를 멈춰 세운다.에드바르 뭉크에게 그 순간은누나 "소피에(Sophie)"를 잃었던 때였다.결핵으로 점점 쇠약해져 가던 소피에를 지켜보며,뭉크는 어린 나이에 상실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그 슬픔은 그의 삶 전체를 지배했고,뭉크는 그 감정을 평생 동안 화폭과 판화에 담아냈다.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병든 아이〉 석판화 버전(The Sick Child, Lithograph) 이다. 1. 반복되는 슬픔, 다시 그려낸 기억뭉크는 이 작품을 단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처음 유화로 그린 이후, 그는 무려 여섯 번 이상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했다.이 석판화 버전은 그가 원작의 감정을 더..

뭉크와 감정의 기록(4) - 〈마돈나〉 신성함과 관능 사이에서

〈마돈나〉 – 신성함과 관능 사이에서‘마돈나(Madonna)’라는 이름을 들으면우리는 자연스레 성스러운 여인,어머니 같은 따뜻함과 숭고함을 떠올린다.하지만 에드바르 뭉크의 〈마돈나〉는그 익숙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흔든다.그의 마돈나는 경건하지 않고,오히려 관능적이며 도발적이다.눈을 감고 머리를 젖힌 채,신성함과 욕망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서 있다.나는 이 그림을 보며뭉크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그가 여성에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떠올렸다. 1. 성스러움과 유혹이 만나는 순간뭉크의 〈마돈나〉 속 여인은 천사도, 성모도 아니다.그녀는 사랑받는 여인이자,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다.하얀 피부 위로 흐르는 붉은 선,검은 머릿결에 감싸인 얼굴,그리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여인의 모습.그림의 테두리를 둘..

뭉크와 감정의 기록(3) - 〈입맞춤〉 사랑, 하나가 되는 순간 사라지는 나

〈입맞춤〉 – 사랑, 하나가 되는 순간 사라지는 나사랑은 언제나 따뜻하기만 한 감정일까.누군가를 깊이 사랑할수록, 나는 오히려 내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서로의 경계가 무너지고,‘우리’라는 이름 아래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순간.사랑이라는 감정이 때로는 기대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걸나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뭉크의 〈입맞춤〉을 마주했을 때,그 낯선 그림 속에서 나는너무도 익숙한 감정을 발견했다.1. 하나가 되는 순간, 나는 어디로 갔을까〈입맞춤〉 속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하지만 그 장면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로맨틱한 사랑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두 사람의 얼굴과 몸은 짙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서로의 경계가 완전히 지워지고 있다.사랑의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되기를 바라지만뭉크는..

뭉크와 감정의 기록(2) - 〈불안〉 군중 속에서 더 외로웠던 순간

〈불안〉 – 군중 속에서 더 외로웠던 순간사람들 틈에 있으면서도, 왠지 더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있다.대화 속에 있지만,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들 사이에서나는 점점 나 혼자만 다른 곳에 있는 듯한 기분.그럴 때 느껴지는 감정은 고독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었다.뭉크의 〈불안〉을 처음 보았을 때,나는 그 익숙한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 1. 침묵하는 얼굴들, 말 없는 공포뭉크의 〈불안〉(Anxiety) 속 사람들은모두 검은 옷을 입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그들의 표정은 얼어붙었고, 눈빛은 공허하다.뒤로 펼쳐진 붉은 하늘과 푸른 바다,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들은마치 세상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 서 있다.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떤 '사건'이 있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존..

뭉크와 감정의 기록(1) - 〈절규〉 들리지 않는 소리, 멈추지 않는 마음의 파장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절규'를 안고 살아간다.불안, 사랑, 상실, 고독…에드바르 뭉크는 그런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오히려 화폭 위에 그대로 드러낸 화가였다.이 연재 〈뭉크와 감정의 기록〉은뭉크의 그림을 따라, 내 안에 머물렀던 감정들을 꺼내어 조용히 기록하는 과정이다.때로는 아팠던 기억을, 때로는 살아있음을 느꼈던 순간을,뭉크의 색으로 바라본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절규〉 – 들리지 않는 소리, 멈추지 않는 마음의 파장어느 시기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순간이 찾아왔다.숨이 막히는 것도 아닌데, 숨을 쉴 수가 없고아무 일도 없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너져 내렸다.나는 그 시간을 우울과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견뎌야 했다.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 꺼낸다 해도 가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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