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 유동(遊童) 말보다 오래 남는 순간들박수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오래 지켜보게 된다.그림 속 인물들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그저 조용히 누군가 곁에 앉아 있다.《유동》(遊童, Playing Children)은 그런 그림이다.네 명의 아이들이 땅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누구는 무릎을 세우고 있는 것 같고, 누구는 등을 살짝 굽히고 앉아 있다.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자세들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어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웃는 것도 아니지만,그들 사이엔 작고 단단한 유대가 흐른다. 아이들과 흙, 그리고 햇살박수근의 화면은 항상 ‘흙빛’이다.마티에르 기법으로 만들어진 두툼한 질감의 배경 위에아이들의 옷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