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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및 작품 이야기/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 유동(遊童)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3) - 유동(遊童) 말보다 오래 남는 순간들박수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오래 지켜보게 된다.그림 속 인물들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그저 조용히 누군가 곁에 앉아 있다.《유동》(遊童, Playing Children)은 그런 그림이다.네 명의 아이들이 땅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누구는 무릎을 세우고 있는 것 같고, 누구는 등을 살짝 굽히고 앉아 있다.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자세들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어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크게 웃는 것도 아니지만,그들 사이엔 작고 단단한 유대가 흐른다. 아이들과 흙, 그리고 햇살박수근의 화면은 항상 ‘흙빛’이다.마티에르 기법으로 만들어진 두툼한 질감의 배경 위에아이들의 옷은 ..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2) - 나무와 두 여인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2) - 나무와 두 여인 전후 한국의 삶을 담다1회차에서 언급했지만, 박수근(1914–1965)은 6·25전쟁 이후 피폐한 현실 속에서,화려한 풍경이나 위대한 영웅이 아닌 ‘살아내는 사람들’을 그렸다.그의 작품에는 일상의 고단함이 담겼지만, 결코 침울하거나 비참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그 삶 속에서 꾸준한 존엄과 따뜻함을 보았기 때문이다.나무와 두 여인 이 작품은 1950년대 전후, 박수근이 대표적 도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나무와 여성이라는 조합 속에서,전후 한국인의 삶과 회복의 정서를 담아냈다. 넓은 캔버스 위에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화면을 절반 가로지르고,그 아래 두 여인이 배치되어 있다.한 명은 머리에 짐을 이고 있고,다른 한 명은 아이를 업고 있다.행동보다는 ..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1) - 빨래터

돌담 너머의 삶, 박수근을 따라 걷다 (1) - 빨래터 흙빛의 화가, 박수근 박수근(1914–1965).그의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건 화려한 색채나 거대한 풍경이 아니다.오히려 돌담 아래 굽은 허리로 장터를 걷는 여인, 아이를 업은 어머니,그리고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주머니들이다. 박수근은 말한다.“나는 인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의 ‘인간’은 영웅이 아니었다.삶의 가장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박수근은 그런 사람들에게 화가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존엄을 안겼다. 6·25 전쟁 후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에서, 화려한 신화를 말하지 않고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그의 그림 속 인물은 이름이 없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한다.그들의 허리, 손끝, 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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