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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호크니 10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 후기 - 그림을 따라 걷다가, 나를 다시 만나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 후기 - 그림을 따라 걷다가, 나를 다시 만나다. 처음엔 단지 그림이 좋아서,색채가 좋고, 구도가 멋져서 호크니를 따라 보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그림을 들여다볼수록, 어쩐지 나의 감정이 조금씩 밀려왔습니다.어떤 장면은 내가 걸었던 길 같았고,어떤 색은 내가 말하지 못한 마음 같았습니다. 〈A Bigger Splash〉에서아무도 없는 수영장 물결을 보며,사라진 관계의 여운을 떠올렸고 〈Garrowby Hill〉을 보며굽이굽이 돌아온 내 인생의 언덕들을 되짚었으며 〈The Chair〉에서는누군가가 머물렀던 자리에 남은 온기를말없이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My Parents〉,나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그 사람의 무거움, 나의 두려움,그..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8) - 말하지 못했던 순간, 머물러 있는 시선 〈My Parents〉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8) - 말하지 못했던 순간, 머물러 있는 시선 〈My Parents〉 내가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아버지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나는 늘 좋은 아버지를 꿈꿨다.내가 다가가면 반갑게 웃어주고,세상의 원리를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내 편이 되어줄 아버지.하지만 내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동네에서 유명한 주정뱅이였고,집안엔 늘 고성이 가득했고,엄마와 나는 늘 그의 기분에 맞춰 살아야 했다.1. 호크니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호크니의 〈My Parents〉.그림 속 아버지는 책을 읽고 있었다.고개를 숙이고, 아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어머니는 반듯하게 앉아어딘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굳어 있었다.그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나도 그랬으니까.대화는 거의 없었..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7) - 화면 위에 도착한 봄 〈The Arrival of Spring〉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7) - 화면 위에 도착한 봄 〈The Arrival of Spring〉데이비드 호크니, 팬데믹 속에서 그려낸 가장 밝은 봄2020년, 전 세계가 멈췄다.거리엔 침묵이 깔렸고,사람들의 마음엔 불안이 퍼져 있었다.그해 봄, 데이비드 호크니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스튜디오에 머물며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완성된 116점의 그림.그는 이 모든 작품을 아이패드로 그렸다.그리고 그 화면 위에, 봄의 도착과 삶의 회복을 그려 넣었다. 1. 팬데믹 속의 가장 조용한 희망세상은 두려움으로 얼어 있었지만,자연은 여전히 피어났다.나무는 조금씩 잎을 틔우고,햇살은 점점 길어지고,공기엔 미세한 연둣빛이 감돌았다.호크니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는 매일 아침 정원을 산책..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6) - 비어있는 의자, 머물던 온기 <The chair>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6) - 비어있는 의자, 머물던 온기 〈The Chair〉어떤 날은, 누군가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저릿하다.말없이 놓인 의자 하나가, 그 자리를 지키던 사람의 온기를 오래도록 품고 있다면.우리는 그 앞에서, 조용히 기억을 꺼내어본다.1. 그 자리에 누군가 있었다방 한켠에 놓인 의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이상하게 외롭지는 않다.오히려, 그 자리에 누군가 잠시 앉아 있다 떠난 흔적이 남아 있는 듯하다.앉아 있던 사람의 체온, 무릎 위의 손, 고요하게 내려앉은 침묵까지.그 모든 것이 ‘있음’이 아닌, 머물렀던 감정으로 전해진다. 2. 색은 말을 아끼고, 공간은 기다린다호크니의 색은 늘 간결하다.이 그림에서도 벽은 조용하고, 바닥은 단정하며,의자 위의..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5) - 풍경이 말을 걸 때 〈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5) - 풍경이 말을 걸 때 〈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멀리서 본 풍경은 평온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색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분홍, 초록, 노랑, 파랑이 언덕을 타고 흐른다. 하늘은 선명하고, 도로는 자유롭게 구불거리며 지나간다.데이비드 호크니의 〈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 이 작품은 단순한 해안 풍경이 아니라 빛의 언어로 그려진 감정의 지도에 가깝다. 1. 감정을 뚜렷하게 칠하다호크니는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사랑했다. 그는 이 땅의 빛이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의 풍경화는 현실보다 더 짙고, 더 분명하다.사실주의적 묘사보다, 그가 선택한 ..

조용한 색, 멀리 있는 감정 – 데이비드 호크니 시리즈 중간 정리

조용한 색, 멀리 있는 감정 – 데이비드 호크니 시리즈 중간 정리 물 위의 파문,멀찍이 시선을 둔 두 사람,침묵이 흐르는 부부의 방,굽이굽이 이어지는 언덕길.그렇게 네 편의 그림을 따라 걷다 보니,어느덧 내 마음에도 조용한 틈 하나가 생겼다.작은 균열이지만, 그 안에 오래된 감정이 깃들어 있다.호크니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로 가득하지만,그 안에는 언제나 말 없이 머무는 감정 하나가 숨어 있다.이 시리즈는 그 감정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어쩌면 그림보다 더 오래 남는, 그림이 남긴 마음의 온도를 기록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함께 감상한 네 편의 그림1. 〈A Bigger Splash〉 – 파란 물결 위의 고요 2. 〈Portrait of an Artist〉 – 마주 보는 두 시선 사이의 거리 3. 〈Mr ..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4) - 굽이굽이 이어지는 기억의 언덕 〈Garrowby Hill〉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4) 굽이굽이 이어지는 기억의 언덕 〈Garrowby Hill〉언덕은 부드럽게 휘어진다. 길은 굽이굽이 구불지며, 초록과 분홍, 노랑이 그 곡선을 따라 춤춘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푸르고, 나무들은 선명하게 깎아놓은 듯하다.데이비드 호크니의 〈Garrowby Hill〉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장난감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언덕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풍경은 아니다. 그 안에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리운 장면, 잊히지 않는 색감이 들어 있다. 1. 돌아간다는 것이 작품은 호크니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영국 요크셔로 돌아온 뒤 그린 것이다. 그가 걷고, 바라보고, 기억했던 언덕 위의 길.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3) - 부부의 방에 흐르는 정적 〈Mr and Mrs Clark and Percy〉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3) - 부부의 방에 흐르는 정적 〈Mr and Mrs Clark and Percy〉하얀 방, 열린 창으로 아침빛이 흘러든다. 여자는 카펫 위에 서 있고, 남자는 의자에 기댄 채 흰 고양이를 무릎에 얹고 있다.그들은 한 장의 그림 속에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데이비드 호크니의 〈Mr and Mrs Clark and Percy〉는 그림 안의 침묵과 시선을 따라가는 순간, 사랑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1. 실제 인물, 진짜 이야기이 그림 속 인물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남자는 오스 클락(Ossie Clark), 60~70년대 영국을 대표하던 패션 디자이너. 여자는 셀리아 버트웰(Celia Birtwell), 오스의..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2) - 마주 보는 두 시선 사이의 거리〈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2) - 마주 보는 두 시선 사이의 거리〈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풀장 한쪽엔 수영하는 사람, 그를 내려다보는 한 남자. 두 인물은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의 거리는 멀다.데이비드 호크니의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푸른 물결과 초록 풍경 속에 놓인 두 사람, 하지만 그림은 시원하지 않고, 오히려 어딘가 무겁다. 1. 풀장 위의 침묵수영하는 남자는 몸을 움직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이는 고요히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의 물결은 어쩌면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가깝..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1) - 파란 물결 위의 고요 〈A Bigger Splash〉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산책 시리즈(1) - 파란 물결 위의 고요 〈A Bigger Splash〉 햇빛 아래, 수영장이 반짝인다. 고요한 파란 물결 위로, 갑자기 튄 물방울. 사람은 보이지 않고, 흔적만 남아 있다.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A Bigger Splash〉를 마주하면, 마치 정지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듯한 그곳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1. 움직임이 사라진 순간이 그림에는 인물이 없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다이빙을 했다. 수영장은 잔잔했고, 어느새 커다란 물보라가 튀었다.그림은 그 순간 바로 다음의 장면을 붙잡고 있다. 움직임이 끝난 후, 고요해진 그 찰나. 우리의 하루 중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시끄럽던 마음이 잠시 멈추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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