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작가 및 작품 이야기/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7) 침묵 속의 고백 – 〈자화상, 1815〉

은달84 2025. 9.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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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7) 침묵 속의 고백 – 〈자화상, 1815〉


소리를 잃고 난 뒤

한순간 세상이 고요해지는 경험이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이 평화처럼 다가오지만, 대부분은 두려움과 고립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나는 우울과 불안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내 안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들리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나를 짓눌렀다.

고야가 청력을 잃은 뒤 그린 〈자화상〉을 마주할 때, 나는 그 침묵이 어떤 무게였을지를 조금은 짐작하게 된다.


침묵의 화가

고야는 46세 무렵,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소리 없는 세계 속에서 그는 한동안 절망했으나, 동시에 내면을 바라보는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

1815년에 그린 〈자화상〉 속 고야의 얼굴은 젊은 시절의 당당함보다 훨씬 깊은 고독을 담고 있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은 강렬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소리를 잃은 자의 피로와 무거움이 배어 있다.

그는 귀머거리가 되었지만, 세상의 소음을 잃고 오히려 인간의 어둠을 더 예민하게 감지했다.

프란시스코 고야 <자화상, 1815>


내면으로 향한 시선

청력을 상실한 고야는 외부 세계 대신 내면의 세계로 눈을 돌렸다.

이후 그가 남긴 수많은 판화와 그림에는 인간의 광기, 사회의 부조리, 죽음의 공포가 더욱 집요하게 드러난다.

<자화상〉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고야가 아님을 인정하는 선언처럼 보인다.

침묵의 세계에서 그는 더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오늘의 나, 침묵의 시간

나도 내 삶에서 침묵의 시간을 지나왔다. 우울과 공황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듯한 시간.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 같고, 내 안의 고통이 메아리 없이 흩어지는 듯한 순간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소리, 내 안에서 겨우 일어서는 심장의 소리.

고야가 청력을 잃고도 눈으로 세상을 붙들었듯, 나도 그 시간을 통해 다른 감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침묵이 남긴 눈빛

〈자화상〉 속 고야의 눈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그는 소리를 잃었으나, 세상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더 예리한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 그림 앞에서 다짐한다.

내 안의 침묵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삶을 보게 하는 힘이 되기를.

고야가 그랬듯, 상실이 때로는 더 깊은 통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 참고 링크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utorretrato_Goya_1815.jpg

 

File:Autorretrato Goya 1815.jpg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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