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작가 및 작품 이야기/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4) 전쟁의 기록자 – 〈1808년 5월 2일, 1814〉

은달84 2025. 9.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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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4) 전쟁의 기록자 – 〈1808년 5월 2일, 1814〉


폭력의 한가운데서

폭력은 늘 갑작스럽게, 그러나 집요하게 우리 삶에 들어온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어도,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말과 행동 속에서 나는 작은 전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싸움, 설명할 수 없는 잔혹함 앞에서 인간의 얼굴은 낯설게 변한다.

고야의 〈1808년 5월 2일〉은 바로 그 순간을 화폭에 새겨 놓았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거리에서 일어난 봉기의 날, 민중과 외세가 맞부딪히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이다.


마드리드의 피의 날

1808년 5월 2일, 마드리드 시민들은

나폴레옹이 강제로 왕위를 빼앗아 프랑스 왕가의 인물을 왕으로 앉히려 하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무장하지 않은 민중은 말과 칼, 총으로 무장한 프랑스 기병들과 맞닥뜨렸다.

1814년에 고야가 그린 이 작품은 바로 그 참혹한 순간을 기록한다.

화면 속은 혼란으로 가득하다.

칼을 들고 맞서는 민중,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병사들, 쓰러지는 사람들의 몸짓.

영웅은 없고, 오직 뒤엉킨 육체와 피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2일, 1814>


영웅 없는 그림

고야의 탁월함은 영웅담을 그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승리와 영광 대신, 무너지는 인간의 몸과 뒤엉킨 혼란을 그렸다.

전쟁을 ‘숭고’하게 포장하는 대신, 가장 추한 모습으로 드러냈다.

피와 칼부림 속에서 울부짖는 얼굴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손과 발.

여기에는 국가의 명예도, 군인의 위엄도 없다. 그저 피 흘리는 인간, 폭력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만 있을 뿐이다.


나의 작은 전쟁

이 그림을 보며 내 삶의 작은 전쟁들을 떠올린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나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폭력을 간접 경험한다.

가정 내 폭력, 성폭력,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아동 학대…

매번 그 앞에서 느끼는 것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한계감이다.

무력감은 깊고, 때때로 나를 짓누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런 폭력을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끌어내어 함께 이야기하는 것, 그 작은 시도가 결국 큰 연대를 만든다는 것을.

고야가 전쟁의 참상을 숨기지 않고 기록했듯, 우리도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드러낼 때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

한 사람의 고통을 사회 전체의 이야기로 나눌 때, 그 작은 힘들이 모여 폭력에 맞서는 연대가 된다.


 

기록자의 눈

〈1808년 5월 2일〉은 단순한 역사화가 아니다. 그것은 고야 자신이 목격한 시대의 증언이다.

그는 화려한 궁정의 화가였지만, 동시에 거리의 피와 민중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그림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폭력 앞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나는 대답한다. 나 또한 일상 속 작은 전쟁들 앞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고야가 그날의 피를 기록했듯, 나도 내가 목격한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고, 언젠가는 연대를 이루는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 참고 링크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l_dos_de_mayo_de_1808_en_Madrid.jpg

 

File:El dos de mayo de 1808 en Madrid.jpg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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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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