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눈, 고야의 빛과 그림자 (6) 참혹한 기록 – 〈전쟁의 참상, 1810–1820〉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세상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 피 흘리며 쓰러진 몸,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할 잔혹한 광경.
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그 ‘작은 전쟁’들을 본다.
폭력에 상처 입은 얼굴, 울음을 삼키는 아이, 침묵 속에서 무너져가는 가정.
고야가 남긴 판화집 〈전쟁의 참상〉을 펼쳐 볼 때마다,
나는 그 그림이 200여 년 전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처럼 느껴진다.
전쟁의 참상, 82장의 기록
〈전쟁의 참상〉은 고야가 1810년부터 1820년 사이에 제작한 판화 연작으로, 총 82장에 이른다.
그러나 생전에는 출판하지 못했고, 사후에야 세상에 공개되었다.
왜냐하면 그 그림들이 너무도 잔혹하고, 권력에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판화들 속에서 고야는 전쟁의 영웅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목이 잘린 시체, 교수형에 매달린 사람들, 굶주려 쓰러진 민중, 폭력에 짓밟힌 여성들을 담았다.
전쟁은 승리와 명예가 아니라, 인간을 철저히 파괴하는 힘이라는 것을 그는 거짓 없이 보여주었다.

“이 일은 있었다(Esto es lo que vi)”
판화의 제목들조차 차갑게 느껴진다.
“이 일은 있었다(Esto es lo que vi)”, “이 또한 일어났다(Esto también)”.
화려한 미사여구도, 영웅적 설명도 없다. 오직 목격자의 눈으로 남긴 메모 같다.
고야는 스스로를 ‘기록자’로 세웠다.
그는 붓과 판을 통해 외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남겼고, 그 차가운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보는 이를 흔들어 놓는다.

작은 전쟁의 증언자
이 판화들을 보며 나 자신을 겹쳐 본다.
학대와 폭력 사건을 접할 때마다, 마음은 무겁고 손발은 무력하다.
때로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고야가 “이 일은 있었다”라고 말하듯, 나 또한 내가 본 현실을 숨기지 않고 말해야 한다.
작게라도 기록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문제를 드러내는 일.
그것이 비록 모든 걸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외면하지 않는 증언의 힘이 된다.
마무리 – 외면하지 않는 눈
〈전쟁의 참상〉은 고야가 세상에 남긴 질문이다.
“너는 이 끔찍한 현실을 보고도 외면할 것인가.”
그는 예술가로서, 한 시대를 살았던 인간으로서, 폭력 앞에서 눈을 감지 않았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마주한 폭력과 상처들을 외면하지 않겠다.
고야가 판화에 새긴 그 눈처럼, 나도 기록하고, 말하고, 함께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저항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내는 길이다.
📌 참고 링크
File:Escapan entre las llamas, Los desastres de la guerra (Goya).jpg - Wikimedia Commons
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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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Plate 30 from 'The Disasters of War' (Los Desastres de la Guerra)- ' Ravages of War' (Estragos de la guerra) MET 270316.jpg
From Wikimedia Commons, the free media repository
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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