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와 거리의 진실(7) - 〈Mobile Lovers〉 & 〈Follow Your Dreams: Cancelled〉로 본 현대인의 고독
뱅크시와 거리의 진실(7) - 〈Mobile Lovers〉 & 〈Follow Your Dreams: Cancelled〉로 본 현대인의 고독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모두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에서
정작 진심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걸.
뱅크시는 그 침묵을,
스마트폰 불빛 아래에서 말없이 마주 보는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1. 불빛은 가까워졌지만, 얼굴은 멀어졌다
〈Mobile Lovers〉는 어두운 거리 벽에 마치 그림자처럼 그려져 있다.
남녀가 서로를 꼭 안고 있다.
하지만 얼굴은 정면이 아니라 각자 손에 든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그들의 손엔 상대가 아닌 화면이,
눈엔 사랑이 아닌 알림이 비치고 있다.
뱅크시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품고 있지만, 마주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Banksy Explained
https://banksyexplained.com/mobile-lovers-2014-2/
Mobile Lovers, 2014 - Banksy Explained
Mobile Lovers Mobile Lovers Year: 2014 Location: Clement street, Bristol, England Mobile Lovers appeared in 2014 on a door within a beautiful stone wall on Clement Street in Bristol. It depicts a lovely couple in a close embrace… but, instead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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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신의 꿈은 취소되었습니다
〈Follow Your Dreams: Cancelled〉는
낡은 벽돌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다.
붓과 양동이를 든 노동자가
“당신의 꿈을 따르라(Follow Your Dreams)”라는 슬로건 아래 서 있다.
하지만 그 문구 위엔
진한 빨간색 도장으로 “CANCELLED(취소됨)”이라는 글자가 덧씌워져 있다.
이건 단순한 낙서가 아니다.
자기 계발과 성공, 꿈과 노력으로 포장된 시대의 허상을
뱅크시는 단 한 줄의 붉은 글씨로 부숴버린다.
사진 출처 : Banksy Explained
https://banksyexplained.com/follow-your-dreams-cancelled-2010/
Follow Your Dreams - Cancelled, 2010 - Banksy Explained
Follow Your Dreams – Cancelled Follow Your Dreams – Cancelled Year: 2010 Location: Chinatown, Boston, USA Follow Your Dreams is one of the earliest murals Banksy realized in the US. It depicts a man holding a brush and bucket stood by a handp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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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립된 개인, 소비되는 감정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다.
하나는 사랑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꿈을 말한다.
하지만 둘 다 그 감정이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버려지고, 조롱당하는지 보여준다.
- 사랑은 스마트폰 아래서 산만해지고,
- 꿈은 냉소 속에서 취소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을 갈망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감정조차 소모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4. 뱅크시의 질문은 늘 짧지만 깊다
- “당신은 지금, 누구를 안고 있습니까?”
- “그 사랑은 당신의 것입니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위한 연출입니까?”
- “꿈을 따르라 했지만, 그 문장은 이제 얼마나 공허해졌습니까?”
- “그 ‘꿈’이 과연 당신 것이 맞습니까?”
뱅크시는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대신 짧은 문구, 단 한 컷의 이미지로 가장 깊은 고독을 꺼낸다.
마무리 – 사랑과 꿈 사이, 꺼져가는 불빛 아래서
〈Mobile Lovers〉와 〈Follow Your Dreams: Cancelled〉는
연결의 시대에 고립된 감정을
가장 조용하게,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은 외롭고, 벽 속 문장은 지워졌지만,
뱅크시는 그 틈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괜찮은가요?”
“당신이 원하는 건 이게 맞나요?”
→ 뱅크시와 거리의 진실(8) 예고
→ 〈Sweep it Under the Carpet〉 감추는 시대, 사라지지 않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