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와 거리의 진실(2) - <풍선과 소녀 > 찢긴 예술의 반격
뱅크시와 거리의 진실(2) - <풍선과 소녀 > 찢긴 예술의 반격
벽에 작은 소녀가 서 있다.
붉은 풍선을 손에서 놓친 순간.
그 풍선은 하늘로 날아가고, 사랑은 그녀의 손을 떠나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뱅크시는 그 옆에 짧은 문장을 적는다.
“There is always hope.”
언제나 희망은 있다.
그 순간, 그 붉은 풍선은 떠나간 것이 아니라, 희망의 형태로 피어난다.
1. 가장 사랑받은 거리의 낙서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는
뱅크시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이다.
처음 이 그림이 등장한 건 2002년, 런던의 남부 워털루 다리 근처 벽.
모두가 무심코 지나치는 회색 도시 속,
작은 소녀와 하나의 붉은 풍선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 그림은 이후 수없이 재생산되었고,
영국인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현대미술 작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충격적이었던 건, 이 그림이 찢긴 순간이었다.
2. 그날, 경매장에서 벌어진 일
2018년 10월 5일, 런던 소더비 경매장.
〈풍선과 소녀〉의 프레임에 담긴 작품이 약 15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 원)에 낙찰되던 순간,
경매장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휩싸인다.
작품이 액자 아래에서 파쇄되기 시작한 것.
사람들은 얼어붙었고, 경매는 멈췄다.
그날 밤,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짧은 말만 남긴다.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파괴의 충동도 창조의 일부다.
3. 파쇄된 그림, 더 높아진 가치
놀라운 건 그다음이다.
찢겨버린 그림은 되레 더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게 되었다.
작품은 ‘Love is in the Bin’(사랑은 휴지통에 있다)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고,
파쇄된 상태 그대로 하나의 퍼포먼스 예술이자 개념미술로 재조명되었다.
이 사건은 곧 예술계 전체에 대한 풍자가 된다.
뱅크시는 그림을 찢음으로써,
예술을 팔려는 세상에 절묘하게 반격을 가한 셈이다.
4. 사랑은 떠나간 걸까?
그림 속 소녀는 풍선을 놓치고 있다.
사랑은 떠났고, 희망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림의 오른편에 남긴 그 한 문장.
“There is always hope.”
풍선은 날아간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멀리서 바라봐야 할 감정이 된 건 아닐까?
그리고 그날, 경매장에서 찢긴 건
그림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마무리 – 파괴로써 지켜낸 진심
사랑은 파괴될 수 없다.
뱅크시는 그림을 찢음으로써, 그 그림이 전하려던 메시지를 더 깊이 남겼다.
사랑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흘러가는 순간 속에서 느끼는 것.
예술도 그렇다.
그는 사라졌고, 그림은 찢겼고,
우리는 그 잔해 속에서 다시 희망을 읽는다.
뱅크시, 거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중앙일보
그의 작품에 ‘사랑’이란 말이 들어가는 ‘Vote to Love’가 있다. 뱅크시는 2016년 6월에 EU 국민 투표에 사용된 포스터 ‘Vote to Leave’에서 영감을 받아 ‘Vote to Love’를 만들었다고 한다. ‘Leav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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