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 덧없는 아름다움

배우와 무대 – 가부키와 야쿠샤에

은달84 2025. 4.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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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아름다움, 우키요에를 따라 걷다 (4)

배우와 무대 – 가부키와 야쿠샤에

강렬한 눈빛, 극적인 포즈, 붉고 검은 색의 대담한 조화.
한 장의 우키요에가 무대 위 순간을 고스란히 붙잡는다.
이것이 바로 야쿠샤에(役者絵), 가부키 배우의 초상을 그린 우키요에 장르다.

비쵸가가 조용한 정적 속의 아름다움이라면, 야쿠샤에는 움직임의 순간을 포착한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지금 막 대사를 던진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1. 야쿠샤에란 무엇인가?

야쿠샤에(役者絵)란 ‘배우(役者)의 그림(絵)’이라는 뜻으로,
가부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연기 장면을 포착한 그림이다.

에도 시대, 가부키는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다.
무사의 시대가 저물고 상인과 서민이 도시 문화를 주도하던 때,
가부키는 그들의 감정과 욕망, 판타지를 담아낸 대표적인 오락이었다.

그만큼 배우들은 ‘스타’였다.
그들의 얼굴, 표정, 의상, 심지어 손짓까지도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다.


2. 우타가와 토요쿠니 – 배우의 얼굴을 그린 화가

야쿠샤에의 대표 작가 중 하나는 "우타가와 토요쿠니(歌川豊国)"다.
그는 배우의 얼굴을 현실적으로 포착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캐릭터의 성격과 극적인 감정을 강조했다.

  • 눈빛은 날카롭고,
  • 입매는 대사 직후의 여운처럼 보인다.

토요쿠니는 그저 배우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무대 위 ‘그 인물’의 감정과 기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우타가와 토요쿠니 <가부키 배우 이시가와 단주로 6세>


3. 팬덤의 탄생 – 스타를 소장하는 기쁨

야쿠샤에는 오늘날의 ‘연예인 포스터’와 유사하다.
공연 직후, 인기 있는 장면을 목판화로 찍어 판매했고,
관객들은 이를 사서 집 벽에 붙이거나 수첩에 끼워 소장했다.

 

좋아하는 배우만 모아 앨범처럼 수집하는 사람들, 

무대 장면을 친구와 함께 다시 회상하며 보는 사람들, 

지금의 '굿즈 문화'가 이미 에도 시대에도 있었던 것이다!


4. 극적인 미학 – 정지된 그림 속의 연기

야쿠샤에의 가장 큰 특징은 ‘멈춰 있는 이미지’가 오히려 더 극적이라는 점이다.

  • 배우가 손을 뻗는 그 순간,
  • 칼을 뽑는 직전의 눈빛,
  • 분노나 절규가 맴도는 표정.

이 모든 것은 정지된 그림 속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우키요에 작가들은 그 찰나의 감정을 선과 색으로 잡아냈다.

특히 붉은색과 검정색을 대조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극장의 조명과 무대 분장을 그림 속에 옮겨 놓은 듯한 효과를 냈다.

도슈사이 샤라쿠 <이치카와 오메조>


5. 무대와 현실 사이 – 인물인가, 캐릭터인가

야쿠샤에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림 속 인물이 배우 자신인지, 무대 위 캐릭터인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 그림 속 표정은 ‘배우의 연기’인지,
  • 아니면 그 순간의 ‘진짜 감정’인지,
  •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해석을 낳는다.

이것은 오늘날의 사진 속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역할, 이미지와 현실 사이를 오간다.

야쿠샤에는 그런 ‘이미지의 이중성’을 일찍이 보여준 장르였다.

도슈사이 샤라쿠 <나카무라 고노조와 나카지마 와다에몬>


마무리 – 이미지의 시대, 그 시작점에서

야쿠샤에는 단지 가부키 배우의 그림이 아니라,
이미지와 스타, 대중 문화가 얽혀 탄생한 근대적 시선의 출발점이었다.

우키요에 속 배우의 얼굴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과 열광, 무대 위의 황홀함을 엿볼 수 있다.

 

→ 다음 회에서는, 우키요에가 가진 또 다른 면모, 당시 사람들의 유머와 패러디가 담긴 장르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 〈5화 예고: 유머와 패러디 – 대중예술로서의 우키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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