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 덧없는 아름다움

목판화의 세계 – 한 장의 그림이 태어나기까지

은달84 2025. 4.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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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아름다움, 우키요에를 따라 걷다 (2)

목판화의 세계 – 한 장의 그림이 태어나기까지

우키요에 한 장을 보고 감탄할 때, 우리는 그 그림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를 종종 잊곤 한다. 아름답고 간결한 선, 여러 색이 겹쳐 만든 풍부한 장면, 정교한 구도는 한 사람의 손이 아닌, 세 명의 장인의 협업으로 탄생한다. 오늘은 그 과정을 따라가 보려 한다.

 

참고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_kZBVPvYOCs

 


1. 세 사람이 함께 만든 예술

우키요에는 세 장인의 분업으로 완성된다.

  1. 에시키(絵師) – 그림을 그리는 화가
  2. 호리시(彫師) – 나무판에 그림을 새기는 조각사
  3. 스리시(摺師) – 종이에 색을 인쇄하는 인쇄공

이 세 사람의 손이 차례차례 거쳐야 비로소 한 장의 우키요에가 세상에 나온다. 한 명만 뛰어나도, 다른 이들이 어설프면 작품은 무너진다. 우키요에는 철저한 공동 작업의 예술이다.


2. 그림이 목판으로 옮겨지는 순간 – 조각의 기술

화가가 그림을 그리면, 그것은 바로 나무판 위에 옮겨진다. 하지만 단순히 트레이싱하는 것이 아니다.
조각사는 원화를 손에 쥐고, 투명한 종이를 이용해 선을 따라 그린 후, 그것을 다시 나무판에 뒤집어 옮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좌우가 뒤바뀐 상태로 조각된다는 점.
선 하나하나를 조각칼로 파내며,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한 선을 만들어야 한다.

목판은 보통 벚나무를 사용했다. 단단하고 결이 곱기 때문에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

 

이 조각은 단색으로만 인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색을 입히기 위해선 색마다 새로운 목판을 하나씩 따로 조각해야 했다.
10색이면 목판도 10장이다.


3. 인쇄는 예술이다 – 색의 조화, 번짐의 미학

조각된 목판에 물감을 올리고, 그 위에 종이를 올린다.
스리시는 손으로 지그시 눌러 색을 찍어낸다.
이 인쇄 작업은 단순히 물감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 바로크처럼 풍부한 색감이 나오려면, 붓의 수분과 안료의 농도 조절이 필수다.
  • 번짐과 스밈, 색과 색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 같은 종이를 수십 번 눌러도 정확히 같은 위치에 인쇄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감각이 요구된다.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색을 눌러 앉히는 감각.

 

스리시는 기술자이자 예술가였다.


4. 완성된 한 장, 그 안의 시간들

한 장의 우키요에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손이 지나간다.
그림은 화가의 손에서 태어나, 조각사의 칼날에서 다시 그려지고,
인쇄공의 손바닥 아래에서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다.

우리는 한 장의 그림을 보지만, 그 안에는 세 사람의 시간이 함께 눌려 있다.

 

그래서 우키요에는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당대 장인 공동체의 산물이다.
동시대 사람들의 감각과 기술, 미감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다.

 

우키요에의 공방
우키요에의 공방

 

우키요에의 공방 사진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C%9A%B0%ED%82%A4%EC%9A%94%EC%97%90

 

우키요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빨간 후지'로 널리 알려진 '개풍쾌청'(凱風快晴) - (후지 36경 중 - 가쓰시카 호쿠사이) 우키요에(일본어: 浮 (うき)世 (よ)絵 (え))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일본 에

ko.wikipedia.org

 


다음 화에서는,
그림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존재, '미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 〈3화 예고: 미인의 초상 – '비쵸가'와 에도 여성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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